시공간을 누리며 살아가는 이들은 그 형태가 어떻든 흔적을 남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흔적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곧 사라지고 형태가 희미하게 바뀌어 버린다. 우리는 흔적이 사라지기 전 이에서 규칙성을 발견하고 심지어는 예측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흔적은 곧 사라지지만 흔적이 낳은 인사이트는 영속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흔적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최첨단의 프레임워크를 개발해내고 어떻게 하면 쉽게 인사이트로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하다못해 데이터마이닝에서 더 나아가 머신이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인사이트로 바꾸어주는 인공지능을 일반인들이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인사이트의 고귀함과 희소성은 결정적으로 데이터의 희소성에서 기인한다. 이말인 즉슨, 얻기 힘들고 귀한 데이터로 나온 인사이트가 진짜란 말이다. 두 세줄의 파이썬 코드로 수백만 페이지의 텍스트를 웹크롤링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얼마나 구하기 힘든 데이터인지 그리고 그 데이터가 포함한 메타 정보가 얼마나 밀도있는 지에 따라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가 현격히 달라질테다.

아래의 폐전자제품 산더미를 보자. 단위 부피당 발굴/생산 가치가 높은 희소 금속의 경우, 폐 전자제품에서 희소 금속을 포함한 부분만 일일이 골라내어 재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산재해있는 ‘흔적을 발굴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를 해본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데이터가 인사이트로 변하기 까지 가장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도시광산(Urban mining)

필자가 공동창업한 폴라리언트는 편광을 활용해 위치를 정확히 측위하는 기술 기업이다. 위의 맥락에서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흔적은 바로 ‘위치’이다. 흔적 중에서 가장 많은 콘텍스트를 담고 있는 ‘위치’ 정보는 이제까지 이것을 얻기 위해 굉장히 높은 비용을 요구했다. 비싼 장비를 필요로 했고 고성능의 컴퓨팅 자원이 필요했다. 폴라리언트는 현재 이를 해결하여 3차원 위치 인식 장벽을 허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 흔적을 발견하고 얻어내는 데 높은 비용이 드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기술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데이터 취득 비용의 급진적 하락과 앞으로 빠르게 다가오게 될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의 세상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가공하는 방법과 최종적으로 얻은 인사이트의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이 폭발적으로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쓰레기 더미에서 귀중한 보석을 골라내는 지루한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 유려한 인사이트라는 것은 없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데이터를 얻어내고 먼지를 닦아내려는 노력이 부가 가치를 더욱 크게 만들테다.